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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란 된장찌개죠’ |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6-12-28 |
조회수 |
80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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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사회봉사단 “사회공헌, 스테이크가 아니더군요”
봉사활동과 된장찌개. 선뜻 연결이 어려운 단어들이다. 입맛으로 풀어내면 된장찌개는 구수하다. 부담 없이 누구나 즐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이해진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사진>은 1년간 봉사활동을 지휘하며 받은 느낌을 된장찌개로 풀어냈다.
“음식이란 게 그렇잖아요. 처음 먹는 음식은 가릴 수밖에 없지만 된장찌개는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즐겨찾지 않습니까. 봉사활동은 특별한 무엇이 아닌 언제나 즐겨찾는 음식처럼 돼야죠.”
올해 1월 삼성그룹의 사회봉사활동 총괄자리에 오른 이 사장. 1970년 중앙매스컴(현 중앙일보) 자금부로 입사해 비서실 제일모직 삼성종합화학 삼성서울병원(행정부원장) 등을 거치며 35년 경영노하우를 봉사로 풀어내고 있다.
이제 봉사는 입맛이 배인 된장찌개 같은 존재가 됐다. 15만 삼성직원과 모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다가오는 느낌도 마찬가지다.
“최근 진행된 CEO들의 쪽방주민 봉사활동을 보세요.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다시피한 이들을 만났지만 대부분 CEO들의 얼굴은 자연스러웠죠. 평소 봉사가 몸에 익혀져 있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입니다.”
삼성사회봉사는 사회공헌총괄 CEO를 임명한 올해가 변곡점이었다. 이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전국 삼성사업장에 105개 사회봉사센터를 만들어 거미줄 같은 봉사망을 만들었다. 전문 사회복지사도 대거 채용했다. 위로부터의 실천을 위해 CEO들의 사회봉사도 연중 상시화시켜 왔다. 이제 행사만 있으면 CEO들은 자발적으로 시간을 쪼개서라도 참석한다.
15만 임직원은 ‘200만시간’이라는 그룹 사상 최초의 봉사기록도 세웠다. 이 시각에도 이 사장의 컴퓨터에는 삼성직원들이 어디서 어떤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 실시간 통계가 올라온다.
삼성의 봉사활동은 그룹 이미지대로 섬세하다. 법률ㆍ의료전문봉사단을 꾸려 사각지대에 놓였던 소외계층을 끌어안았고 CEO들은 지식봉사를 위해 대학으로, 중소기업으로 수시로 다녔다.
사각지대는 달리보면 블루오션이다. 이건희 회장이 던진 창조경영은 이 사장을 통해 이미 ‘창조봉사’로 현실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장 스스로도 봉사활동 현장을 찾아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느낀 바도 많다. 시간도 금방 흘렀다.
“자원봉사를 할 때마다 늘 새롭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회 곳곳에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이 상상외로 너무 많았던 것이지요. 봉사를 하면 할수록 그들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깊게 들었죠.”
그래서 그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새겨진 것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다. 인터뷰 도중 ‘CSR’는 그의 입에서 수십번 넘게 나왔다.
“최근 미국 하버드나 보스턴 같은 대학을 가보니 이미 기업사회공헌연구소 등이 다 있더군요. 앞으로 경영대학원(MBA) 과정도 있고 비중은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CSR가 단순 사회복지가 아닌 경제, 경영 차원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것이지요.”
이 사장은 삼성 임직원교육에 CSR를 정식과목으로 채택하고, 국내 대학과 제휴해 MBA코스에 CSR과정도 만들 예정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CSR 모임에도 참석키로 했다.
“기업 사회공헌은 절대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기업이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 와서 보니 경영과 사회공헌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사회공헌이 활발할수록 기업가치와 매출도 올라갑니다.”
특히 이 사장은 이건희 회장의 선견(先見)을 높이 평가했다.
“지금까지 그룹 신년사에 기업의 사회공헌을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었습니다. 기업의 더 큰 미래를 본 것이지요.”
이 사장은 집무실 책상에 신년사를 꽂아놓고 수시로 읽으며 ‘감(感)’을 잡는다. 이 회장이 늘 강조하는 ‘가난의 대물림 방지’를 위해 봉사의 중심을 가족에 두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사장은 “우리 사회 절대빈곤층 아이들 90만명, 소년ㆍ소녀가장만 2030가구에 이릅니다. 학교에서 겨우 한 끼를 해결하고 있는 이들을 방치하면 우리 사회의 큰 짐이 됩니다”고 경고했다.
결실도 크다. “열린 장학금을 받아 대학에 들어갔고 광고까지 나온 김대현 군 아시죠. 최근 에버랜드에서 열린 소년소녀가장 자원봉사를 부탁하자 군 입영 날짜까지 연기하고 나왔습니다. 청소년들의 사고가 그렇게 바뀌는 것입니다.”
여생을 쓸쓸히 보내는 독거노인에 대한 시선도 따스하다.
“65세 이상 노인 중에 버려지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한 달에 정부보조금 40만원을 받지만 약값으로 다 쓰고 집에서 한발짝도 못 나가는 이들이 태반입니다. 우리 사회가 그들을 보듬어야 합니다.”
대화를 시작할 때 저음(低音)이던 이 사장의 목소리가 말미에는 톤이 꽤 높아져 있었다. 남을 위해 좋은 일 하다보니 ‘엔도르핀’이 마구마구 솟아난다는 이 사장. 이 순간에도 그의 엔도르핀은 소외이웃을 위한 행복 바이러스가 돼 사회 곳곳에 퍼져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권남근 기자(happyday@heraldm.com)
- 2006년 12월 28일 헤럴드경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