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소외 이웃 도우며 꼬인 세상 풀어요` |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6-12-21 |
조회수 |
8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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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회 자원봉사대축제 대상 `강서실타래 가족봉사대`
19일 오후 1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천사노인전문요양원 2층.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고, 형편이 어려운 노인 180여 명이 모여 생활하는 곳이다. "오늘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궁금하시죠." 주부 장춘희(43)씨가 옆에 앉은 채복민(가명.83)씨에게 인사말을 건넨 뒤 신문을 읽어주자 할머니는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이계향(43)씨는 노인들을 부축해 어렵사리 복도 여기저기를 거닐고 있다. 이복순(가명.87) 할머니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우리를 딸처럼 살갑게 대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강서실타래 봉사단원들이 19일 서울 천사노인전문요양원에서 노인들에게 책과 신문을 읽어주고 있다.
왼쪽부터 김분례, 박정희, 박혜진씨.
장씨와 이씨는 빡빡한 일상에서도 이웃사랑을 실천해 온 강서실타래 가족봉사대 회원들. 강서실타래는 2002년 당시 화곡고 학생들과 학부모의 자원봉사 모임인 화곡고 자원봉사대가 모태다. 학생들이 졸업 뒤에도 좋은 일을 계속하자는 데 뜻을 같이해 이들은 2004년 3월 강서실타래로 이름을 바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학교 주도로 만들어진 모임이 자발적인 봉사 동아리로 진화한 것이다. 실타래는 ´꼬인 세상을 함께 풀어가며 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강서실타래는 전업주부와 그 자녀가 함께 봉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첫 해 15명이던 회원이 강서구.양천구에 사는 전업주부를 중심으로 70여 명으로 늘었다.
모임이 커지면서 활동영역도 넓어졌다. 한 달에 두 차례씩 천사노인전문요양원에서 밥짓기, 청소, 말벗 되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 2003년부터 휴일이면 경기도 파주의 장애인 자활시설인 교남어유지동산에서 농사일을 거든다. 강서구 공항동의 장애인 복지시설인 ´작은자들의 집´도 정기적으로 찾는다. 올 3월부터는 매주 수요일 시각장애우들이 수영하는 것을 돕고 있다. 회원들은 월 3만원씩 회비를 모아 필요한 경비를 제외한 50만원을 천사요양원과 작은자들의 집 등에 기부한다.
강서실타래 회장 최현(41)씨는 "우리 동아리가 일 잘한다고 소문이 나 곳곳에서 도와달라고 해 평일에도 10~20명씩 여기저기 봉사를 다닌다"고 자랑했다. 회원들의 나이가 비슷해 서로 경조사를 챙기고 자녀들의 진학상담 등 정보를 공유하면서 회원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대학생이 된 자녀들도 가끔 봉사활동에 동참해 고교생 회원들의 고민을 들어준다.
그러나 회원의 절반 정도가 고등학생이라 시간을 내기 힘들어 어려움도 있다. 이광주(43)씨는 "딸이 처음에는 ´잠잘 시간도 없다´고 불평했으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 이젠 누구보다 봉사에 앞장선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오영숙(43)씨는 "아이들이 봉사 때문에 성적이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한다"며 웃었다.
천사노인전문요양원 최성혁(36) 사무국장은 "각박한 사회에서 강서실타래 같은 봉사모임이 지역사회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 2006년 12월 21일 중앙일보 사회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