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우리는 봉사활동이 취미죠” |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7-04-23 |
조회수 |
81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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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종합자원봉사센터의 ‘뻔뻔할레 캠페인’
헌신하기 보다 같이 어울리는 봉사 ‘볼런테인먼트’
급속하게 확산 추세 “내가 즐거워야 남도 즐거운 법”
수십 년 동안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다. 이제는 ‘나’를 위해 뭔가를 찾고 싶다. 이왕이면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회봉사활동이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주부라면 안양시 종합자원봉사센터에 노크하기를 권하고 싶다.
이 곳에선 지난해 상반기부터 봉사활동과 레저를 결합시킨 ‘뻔뻔할레(Fun&Fun할 레저 자원봉사)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봉사활동’에 대한 기존 인식을 과감히 버리고 ‘즐겁고 신나는’ 봉사활동에 다 같이 참여하자는 운동이다.
이곳에선 동화구연, 전래놀이, 숲해설, 장애아동과 함께 하는 농구·인라인·힙합 댄스 등 봉사자도, 수혜자도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아이템들이 무궁무진하게 이어지고 있다.
▲안양시 종합자원봉사센터가 펼치는‘뻔뻔할레 캠페인’에 참여중인 자원봉사자들. 왼쪽부터 석은진, 남궁건, 권원숙, 조태환씨. /곽아람 기자
12일 오전, 권원숙(53·주부)씨가 안양시 동안구 비산 2동에 위치한 경기 남부 아동 일시 보호소의 문턱을 넘자마자 환호성이 터진다. “이야기 할머니가 왔다!” 올망졸망한 아이들이 몰려와 권씨의 팔에 매달렸다. 안양시 종합자원봉사센터 ‘1·3세대 동화마당팀’ 소속인 권씨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갈 곳 없는 이 곳 아이들에게 매주 한 번씩 전래동화를 들려주고 있다. 목소리를 높이고, 손짓발짓을 크게 해 가며, 호랑이에게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갖은 꾀를 다 쓰는 토끼 이야기를 늘어놓자 아이들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난다. “어릴 때부터 동화를 좋아했어요.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이왕이면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동화 들려주기로 남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을 더 기쁘게 해주기 위해 권씨는 인터넷을 뒤지고, 서점에서 책을 훑어가며 아이디어를 찾아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다 보면 어떨 때는 나 혼자 너무 재미있어서 깔깔대기도 해요. 밤에 남편과 딸 앞에서 ‘예행연습’을 하죠. 덕분에 우리 집엔 매일 웃음꽃이 피어요.” 매주 월요일에는 서울 관악 수목원에서 안양시민들을 대상으로 ‘숲 해설’ 봉사도 한다는 권씨는 “자연과 동화되는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봉사활동을 시작한 후 3년은 젊어졌다”고 말했다.
‘전래놀이 지도봉사팀’의 조태환(51·전래놀이 연구가)·석은진(47·주부)·남궁건(40·주부)씨 역시 요즘 ‘봉사활동 삼매경’에 빠져있다. 이들은 방과후 학교, 공부방, 지역 아동 단체 등 15 군데에서 아이들에게 ‘우리 집에 왜 왔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얼음땡’, 돼지씨름, 실뜨기, 깡통 차기 등 잊혀져 가는 우리의 옛 놀이를 가르친다.
▲안양시 종합 자원봉사센터의‘뻔뻔할레 캠페인’에 참여한 봉사자들이 안양의 한 아동 보호소에서 어린이들에게 전래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안양시 종합 자원봉사센터 제공
‘전래놀이 지도봉사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조태환씨는 “어릴 때 고향(경기도 김포)에서 하던 놀이를 되살리고 싶어서 10년 전부터 전래 놀이 연구를 시작했다”며 “좋아하는 놀이로 봉사를 하다 보니 생활에 활력이 생겼다. 봉사활동이라기보다는 레저인 셈”이라고 말했다. 2005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는 석은진씨는 “‘승리’와 ‘경쟁’에만 집착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놀이를 통해 ‘패배’를 가르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가르치는 동시에 함께 배워가는 전래놀이가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13년간 육아에만 전념하다가 2년 전부터 ‘뭔가 해보고 싶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는 남궁건씨는 “전래놀이 봉사를 하다보니 주객이 전도되더라”고 했다. “나 자신이 너무나도 신나는 거예요.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쁨, 그런 걸 느껴요. 요즘 남편한테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나 참 잘 놀잖아’ 하고 말한다니까요.” 이들은 현재 ‘전래놀이 상설무대’를 마련해 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맹연습중이다.
이처럼 ‘놀이처럼 즐기는 봉사활동’은 지난 2004년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볼런테인먼트(volunteer와 entertainment의 합성어)’의 일환이다. 안양시 자원봉사센터에는 최근 3년 새 봉사자들의 지원이 2배 이상 늘어 250여 명의 가족단위 참가자를 포함, 모두 5만5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센터에서는 각종 동호회·동아리의 레저활동을 어려운 이웃과 연계해 주고, 자원봉사를 하고 싶은데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없어서 망설이는 이들을 위한 ‘즐거운 자원봉사 활동기술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안양시 자원봉사센터 천희(38·여) 사무국장은 “주5일제가 실시되면서 자원봉사 문의가 부쩍 늘어났다”며 “여가를 즐기고 싶은 욕구와 봉사활동 욕구를 결합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뻔뻔할레’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031)382-1365
곽아람 기자 aramu@chosun.com
- 2007. 04. 22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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