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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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칼럼] 기러기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7-05-31	조회수	9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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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한국자원봉사센터협회 사무총장 볼런티어21 운영위원 서수용 기러기를 보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외로움이다. ‘기러기 아빠’는 말이 필요 없는 우리 시대의 신조어다. 기러기에 해당되는 한자는 안(雁)이다. 이 기러기는 우리 전통 사회에서 사랑을 받은 새다. 전통 회화에서의 기러기의 이미지는 중국 소상팔경 중의 하나인 평사낙안(平沙落雁)이 압권이다. 호남성 동정호 남쪽에 있는 소상강 주변의 아름다운 여덟 풍경 가운데 모래펄에 날아와 앉은 기러기의 이미지다. 깨끗하고 아름다움이다. 우리의 전통혼례식 때 기러기의 등장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가장 먼저 행하는 의식이 전안례(奠雁禮)다. 전안례란 기러기를 바치는 의식이다. 이 때 신랑은 ‘기럭아범’으로부터 나무 기러기(木雁)를 받아서 전안상 위에 올려놓고 두 번 절한다. 이 기러기는 신부를 모시는 이(侍者)의 품에 안겨 초례청으로 든다. 이 나무 기러기는 생각과는 달리 쌍이 아니라 한 마리, 외기러기다. 이 때 기러기의 상징은 지조(志操)요 정절(貞節)이다. 이 나무 기러기는 한 마을에 한두 마리만 있었고 이를 혼례식 때마다 가져다 썼다. 소유권은 있으되 다른 집에서 쓰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던 공동 소유 성격의 물건이었다. 그런데 이 나무기러기가 주변에서 사라졌다, 전통혼례와 함께. 일전에 고미술품을 아끼는 수집가 댁에서 전통 혼례 때 썼을 격조 있는 기러기 작품을 보았다. 수십 마리의 기러기를 수집해 아끼는 분이었는데 덕분에 명품들을 감상할 기회를 얻었다. 그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꼬고재배’라는 전통혼례 장면을 떠올렸다. 그 때 발꿈치를 세우며 보았던 신부와 신부를 모시는 시자(侍者)의 모습이 생생했다. 시자는 덕이 있어 마음씨도 예쁜 아낙을 뽑아 신부를 좌우에서 부축하고 혼례식 내내 신부를 편안히 도왔다. 그런데 이들은 아무런 요공(要功, 요구나 공치사)도 하지 않았고 갈채도 받지 못하지만 혼례의 기쁨에 몰입해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름다운 자기 역할 수행과 퇴장이었다. 그런 시자들의 정성 속에 나무기러기의 상징과 함께 한 쌍의 부부가 탄생되었는데, 이들은 기대와 같이 대부분 백년해로를 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최고는 기본이고 고품격에다 대규모의 하객을 초청해 모시고 전통과 현대 의례를 번갈아 하지만 신랑 신부의 이혼율이 정도를 넘어섰다. 이는 모순이다. 전통 혼례에서의 시자를 자원봉사자로 바꾸어 생각해보았다. 이들 봉사자들은 마음에서 우러난 봉사를 즐겁게 하며 오직 원만한 혼례 진행과 식을 마친 신랑 신부가 잘 살기만을 바랐다. 우리의 자원봉사 현장에서도 기러기를 품에 안은 ‘기럭아범’과 신부의 좌우에서 부축하는 ‘시자’의 경건(敬虔)을 잠시 헤아렸으면 한다. - [한봉협 뉴스레터] 2007.05 vol.5 / 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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