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김준옥 기자] 11일 오후 규모 9.0의 초강력 지진이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다. 뒤이어 높이 10미터의 초대형
쓰나미가 그 자리를 다시 휩쓸고 지나갔다.
마을이 사라지고, 도시가 불바다로 변했다.
시커먼 파도에 마을과 마을이 통째로 떠내려가는 모습을, 도시 전체가 시뻘건 화염에 휩싸여 불바다가 되어 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지켜보면서 전세계가 몸서리를 쳤다.
'물'과 '불'의 위력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이었다.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번에는 '원전 대재앙'이 들이닥쳤다.
지진과 쓰나미에 자동적으로 가동이 중지됐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 다시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이튿날인 12일부터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기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전력 공급 중단은 냉각수 공급 중단으로 이어졌고, 핵연료봉 노출로 인한 수소폭발과 방사능 누출이라는 '대재앙'이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전력을 생산, 공급하는 원전에서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이처럼 기막힌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물이 불공장(원전)을 덮쳐 불(전기)을 끊었다. 불도 가만있지 않았다. 물의 기능을 무력화시키면서 방사능 공포를 확산시켜 나갔다.
혼비백산한 사람들은 30킬로미터 밖으로, 80킬로미터 밖으로 황급히 몸을 피했다. 일본 열도에서 사상 유례없는 '대탈출극'이 펼쳐졌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마저 "동일본이 박살날 수 있다"며 인간의 무기력함을 한탄했다.
전기를 다시 꽂고 물(냉각수)을 다시 채우는 길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일본 열도를 살려내기 위해 '원전결사대'가 죽음을 각오하고 사지(死地)로 뛰어들었다.
20일 마침내 전력을 다시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물도 다시 채워지고 있다.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일본 열도를 다시 비추기 시작했다.
결국은, 모든 것이 '물'과 '불'의 문제였다.
인류는 물과 불과 그 역사를 같이 했다. 물과 불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문명의 발달을 촉진시켜 왔다. 물을 잘 다스리고 불을 잘 다루는 자가 세계를 지배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상극관계(相剋關係)에 있는 물과 불을 어떻게 조화롭게 다스리고 다루느냐에 인류의 운명이 걸려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또한 우리에게, 당장의 편리함과 눈앞의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가벼운 지력(知力)이 얼마나 위험하기 짝이 없는가를 다시 한 번 더 뼈에 사무치도록 가르쳐주고 있다.
자연은 인간이 '물'과 '불' 앞에 좀 더 겸허해지기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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